제주 자전거 일주 1일차, 용두암·협재·신창풍차해안 지나 중문까지
여행 전체로는 이틀째.
하지만 제주에서는 첫날이었다.
2026년 9월 30일 새벽이었다.
전날 광주에서 목포까지 영산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새벽 1시 배에 올라 거의 쓰러지듯 잠들었다.
눈을 뜨니 제주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반쯤.
침대에서 일어나 3층 차량갑판으로 내려갔다.
자전거를 찾아 짐을 다시 확인하고
배의 커다란 출입문 앞에 섰다.
그날은 내가 거의 맨 앞이었다.
거대한 카페리 문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어둡던 바깥이 점점 열리고 제주가 보였다.
문이 완전히 내려가고 자전거를 밀고 나가는 순간.
이제 정말 제주 여행이 시작됐다.
제주에서 첫 끼는 어묵 8개였다
제주항에서 나오자마자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그런데 자전거길 옆에 작은 분식집 하나가
벌써 문을 열고 있었다.
아마 우리처럼 새벽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집인 것 같았다.
선권이 형과 바로 자전거를 세웠다.
둘이 어묵을 네 개씩 먹었다.
총 여덟 개.
제주 첫 끼라고 하면 갈치조림이나 전복죽 쯤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제주 여행의 시작은
어묵 8개였다.
그런데 맛있었다.
새벽
바람을 맞고 먹는 뜨거운 어묵 국물은 꽤 훌륭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서쪽으로 달릴 차례였다.
해가 올라오는 제주 바다
제주항에서 용두암 쪽으로 향했다.
탑동 해안을 지날 무렵 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다가 조용했고 하늘에는 아침빛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전날에는 영산강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서
목포에 도착했다.
몇 시간 뒤에는 제주 바다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와 하루가
묘하게 이어질 때가 있다.
어제의 노을과 오늘의 아침이
배 한 척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다.
첫 번째 도장, 용두암
제주환상자전거길의 첫 인증지인
용두암으로 갔다.
몇 번째 제주 자전거 종주인지
이제는 낯설지 않은 곳이다.
그래도 인증수첩을 꺼내 도장을 찍는 순간은 늘 좋다.
제주환상자전거길 공식 코스는
용두암에서 출발해 이호테우해변·애월·한림·
신창풍차해안도로·수월봉·모슬포·
송악산 등을 지나 제주도 해안을
한 바퀴 돌아오는 234km 코스다.
이날 우리는 제주항에서 시작해
서쪽 방향으로 달렸다.
무지개길을 지나 구엄리 돌염전으로
용두암을 지나면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가 나온다.
바다 옆 방호벽을 여러 색으로 칠해놓은 곳이라
제주 여행 사진으로 많이 보던 장소다.
실제로 용담이호해안도로를 따라
도두동으로 가는 길에 이어져 있다.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다시 길을 이어갔다.
애월 쪽으로 내려가다 구엄리에 도착했다.
여기는 전에 몇 번 제주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선권이 형이 말했다.
“여기 한 번 보고 가자.”
그게 구엄리 돌염전이었다.
넓은 바닷가 현무암 위에 작은 둑을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고 소금을 만들었던 곳이었다.
제주에서는 이런 넓은 암반을 ‘빌레’라고 해서
이곳을 소금빌레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구엄리 주민들이 해안 암반을
소금 생산지로 이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으로만 보면 단순한 돌 웅덩이 같지만
현장에서 보니 꽤 재미있었다.
제주에서는 밭도 돌담으로 만들고,
집도 돌로 짓고, 소금까지 돌 위에서 만들었다.
살아가는 방법이 풍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애월은 그냥 지나갔다
애월 바다는 여전히 예뻤다.
그런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카페거리도 붐볐고 한담해안산책로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 편이다.
우리도 어차피 걷는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이었다.
그래서 애월에서는 크게 머물지 않고 계속 페달을 밟았다.
곽지에서 왜 하필 여탕 앞이었을까
곽지과물해변은 조금 달랐다.
바다도 맑고 깨끗했고 해변 분위기도 좋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주 용천수를 이용했던
과물노천탕이 있다.
남탕과 여탕으로 나뉜 천연 샤워장 형태인데,
용천수가 솟는 제주 해안의 특징을 보여주는 곳이다.
'남탕"과 "여탕"중에 나는 ‘여탕’이라는
글자 바로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살면서 "여탕"앞에서 사진찍을 일이
또 있을까 싶어 선권이형에게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행 사진이라는 게 가끔 그렇다.
나중에 보면 장소보다 사진 찍던 상황이 더 웃긴다.
한림에서 바다를 보며 첫 번째 회
한림으로 들어갔다.
한림수협 쪽에 한수위마트가 있었다.
우리는 바닷가 도시에서 마트에 들러
회 사 먹는 걸 좋아한다.
가격도 괜찮고 무엇보다 신선하다.
이날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회를 몇 가지 골랐다.
그리고 자전거로 몇 분만 가니
바다가 보이는 정자가 하나 있었다.
멍게, 잿방어, 무늬오징어, 잡어회를 샀다.
음료수까지 꺼내놓고 정자에 앉았다.
식당 창문 너머로 바다를 보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 여행에서는 그냥 바다 바로 앞
정자에서 먹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이제 막 점심때가 되었는데 벌써 제주에서 회 한 판을 끝냈다.
그러나 이날 회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협재는 역시 물빛이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협재는 바다색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검은 현무암 위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그 뒤로 연한 청록색 바다가 펼쳐졌다.
제주의 서쪽 바다를 달리면서
자꾸 멈춰 서게 되는 이유다.
오징어가 먼저 풍차처럼 돌고 있었다
한경 쪽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길가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봤다.
반건조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냥 널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오징어가 매달린 장치가 빙빙 돌고 있었다.
나는 반건조 오징어를 좋아한다.
그걸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하나 샀다.
구워진 오징어를 들고 바닷가 정자로 갔다.
오징어를 뜯어 먹으며 바다를 보고 있는데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는 오징어가 풍차처럼 돌더니,
이번에는 진짜 풍차가 돌고 있었다.
그쪽으로 전기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기는 들어갈 수 있나 본데?”
바로 자전거를 탔다.
신창 풍차해안도로, 이날 가장 좋았던 풍경 중 하나
그곳이 신창 쪽 제주바다목장과
풍차해안도로였다.
이곳은 정말 좋았다.
바다 위로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니 바다와 풍차 사이로
길이 이어졌다.
드론도 띄웠다.
위에서 보니 바닷물 사이로 길이 뻗어 있고
그 옆으로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서 있었다.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제주관광공사에서도
바다와 풍력발전기, 등대가 어우러지는
제주 서쪽 대표 해안 풍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 많은 제주 바다를 봤지만
여기서는 좀 오래 머물렀다.
사진도 찍고 드론도 날렸다.
자전거 여행이라서 좋았던 점은 이런 데 있었다.
마음에 들면 그냥 세우면 됐다.
그리고 돌고래가 나타났다
신창에서 다시 길을 나섰다.
수월봉을 지나 모슬포 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해안에는 내가 제주에 올 때마다
돌고래를 보는 장소가 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면서 바다를 봤다.
그리고 정말 나타났다.
등지느러미가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졌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또 재미있는 만남이 생겼다.
멀리서 자전거 여행자 두 사람이 지나왔다.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보면 금방 알아본다.
‘아, 저 사람들도 여행 중이구나.’
내가 돌고래를 가리키며 이곳이 돌고래를 보는
포인트라고 알려줬다.
그 사람들도 바로 멈췄다.
이야기를 해보니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였다.
그들은 크로아티아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결국 한국까지 왔고
제주에서는 6일 정도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자전거 하나로 그렇게 먼 곳을 다녀온 부부를
제주 해안 한복판에서 만나다니.
서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이메일 주소를 받았고,
여행 뒤 실제로 사진을 보내줬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길에서 만난 사람이
여행의 한 장면이 될 때가 있다.
이날이 그랬다.
산방산이 점점 가까워졌다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
멀리 산방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산 하나였는데
달릴수록 조금씩 커졌다.
수월봉을 지나 모슬포로 향하는
이 구간부터 제주 남서쪽 풍경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목적지는 송악산 인증센터였다.
그런데 그 전에 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회를 사야 했다.
하루 두 번째 회는 모슬포에서
모슬포에 있는 홍마트에 들렀다.
이번에는 뿔소라와 생선회를 샀다.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해 도장을 찍고
주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앞에는 바다가 있었고 형제섬이 보였다.
그리고 회를 펼쳤다.
하루에 회를 두 번.
이쯤 되면 제주 자전거 여행인지
제주 마트 회 투어인지
조금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하루 종일 타면
이런 메뉴가 또 잘 들어간다.
쫄깃한 뿔소라를 하나 집어 먹고 바다를 봤다.
또 잿방어회 한 점.
식당이 아니어도 좋았다.
좋은 풍경 하나와 앉을 벤치만 있으면
그게 우리 식당이었다.
제주환상자전거길 공식 코스에서도
용두암에서 서쪽으로 달리면 이호테우·애월·
한림·신창·수월봉·모슬포를 거쳐
송악산으로 이어진다.
공식 인증구간으로는 용두암에서 송악산까지
약 77km에 해당한다.
송악산을 지나 다시 산방산으로
송악산에서 나와 사계 쪽으로 향했다.
아까 멀리서 보던 산방산이
이제 바로 옆에 있었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쪽을 지나
다시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따라 달렸다.
이 구간은 산방산과 바다를 함께 보면서
달리는 길이라 제주 서남쪽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전거행복나눔도 상모리~사계리 구간을
산방산과 해안 경관을 함께 볼 수 있는
제주환상자전거길 구간으로 소개한다.
이제 하루 종일 달린 다리도
슬슬 피곤해지고 있었다.
그날의 목적지는 중문이었다.
산방산을 뒤로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중문에 도착해 숙소를 잡았다.
제주 첫날이 끝났다
아침 5시 반.
카페리의 큰 문이 내려가며 시작한 하루였다.
제주항에서 어묵을 먹고,
용두암에서 첫 도장을 찍고,
구엄리 돌염전을 보고,
곽지에서 여탕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한림 바다 앞에서 회를 먹었다.
협재의 옥빛 바다를 지나,
반건조 오징어를 뜯다가
우연히 신창 풍차해안으로 들어갔고,
수월봉 아래에서는 돌고래를 만났다.
거기서 네덜란드에서 온
자전거 여행 부부도 만났다.
모슬포에서는 또 회를 사고,
송악산에서는 형제섬을 바라보며
그 회를 먹었다.
그리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지나
중문까지 달렸다.
계획한 장소도 있었지만,
이날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건
오히려 계획하지 않은 순간들이었다.
돌고래가 갑자기 나타난 것.
낯선 자전거 여행자와 길에서 친구가 된 것.
오징어를 먹다가 풍차를 발견한 것.
자전거 여행은 길이 느려서 좋다.
천천히 가니까 이런 것들이 보인다.
그렇게 제주 1일차가 끝났다.
제주 자전거 여행 1일차 실용정보
여행일: 2026년 9월 30일
방향: 제주항에서 서쪽 해안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
실제 동선: 제주항 → 용두암 →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 → 구엄리 돌염전 → 애월 → 곽지과물해변 → 한림 → 협재 → 신창풍차해안도로 → 수월봉 → 모슬포 → 송악산 → 산방산·용머리해안 → 중문
현재 공식 제주환상자전거길 전체 코스는 234km, 공식 예상 소요시간은 15시간 30분으로 안내된다. 실제 종주에서는 관광·식사·휴식·촬영 때문에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자전거행복나눔
구엄리 돌염전은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 708에 있으며 연중 방문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 비짓제주
곽지과물해변의 과물노천탕은 용천수를 이용한 남·여 구분 노천탕이다. 실제 운영 여부는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용 목적이라면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비짓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안에 있으며 풍력발전기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서쪽 해안 코스다. 비짓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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