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최단코스 후기|용천스카이밸리 출발 9.44km·4시간, 용문장 5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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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산 정상에서 본 풍경 |
2026년 9월 5일 산행.
용문산을 다시 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용문산에 갈 때 산부터 보지 않는다.
달력을 먼저 본다.
왜냐하면 용문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산행 일정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용문 오일장은 매월 5일·10일·15일·20일·25일·30일,
용문역 일대에서 열린다. 공식 안내상 하계 개장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다.
마침 9월 5일이었다.
친구와 어디 산을 갈까 이야기하다 날짜를 확인하니 용문 장날이었다.
그러면 고민할게 없었다.
용문장에서 먹고, 사고, 용문산으로 올라가자.
산행 계획 치고는 먹는 얘기가 너무 빨리 나온다.
하지만 배낭도 채워야 하고 사람도 채워야 한다.
용문산 가기 전, 용문장부터 들렀다
아침 일찍 가는 시골장은 재미있다.
상인들이 하나둘 물건을 펼쳐놓고, 먹을 것이 익어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용문장도 아홉 시를 넘기면 장이 슬슬 살아난다.
친구와 묵사발을 먹고 올챙이 국수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추리 구이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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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장에서 파는 메추리 구리. 닭고기를 농축시켜 놓은듯한 맛이 난다. |
이 정도면 산에 오르기 전에 이미 한 코스를 완주한 셈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였다.
산에서 먹을 것을 사야 했다.
수수부꾸미, 배추전, 찰옥수수.
그리고 내가 용문장에 가면 꼭 찾는 것이 있다.
호박식혜다.
그냥 식혜에 호박 맛 조금 나는 정도가 아니다.
색과 농도가 거의 호박죽이다. 엄청 진하다.
몇 모금 마시면 ‘이건 음료인가 식사인가’ 잠깐 고민하게 된다.
여름에는 꽁꽁 얼려서 판다.
그 상태로 배낭에 넣고 산에 오르면 정상 근처에서 딱 알맞게 녹는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두고 사진을 안 찍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교훈을 용문장에서 배웠다.
먹기 전에 찍자. ㅎㅎ
겨우살이도 사고 산초도 샀다.
산초는 장아찌를 담글 생각이었다.
집에 가져갈 것은 차에 두고, 산에서 먹을 것만 배낭에 넣었다.
이제야 정말 등산을 시작했다.
용문산 최단코스로 가려면 ‘용천스카이밸리’ 방향
용문산 하면 대부분 용문사와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는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떠올린다.
좋은 코스지만 길고 제법 힘들다.
이번에는 용천스카이밸리 방향에서 가섭봉 정상으로 오르는 비교적 짧은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는 내가 이용한 날 기준으로 자가용 접근이 사실상 편했다.
내비게이션에서 ‘용천스카이밸리’를 검색해 올라갔다.
차를 세운 곳은 펜션 내부 주차장이 아니라 그 위쪽 차단 시설 인근의 주차 공간이었다.
차량 통행 제한 안내가 있었고, 그곳부터 걸었다.
공군 부대가 설치한 차단 시설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것이며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차단기를 넘거나 돌아 정상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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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산 방향 포장 도로 |
처음에는 산길이 아니라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꽤 오래 걷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등산 맞나?’
조금 지나면 몸이 알려준다.
등산 맞다.
돌아와 운동기록을 확인해보니 총 이동거리 9.44km, 약 4시간이었다.
내 체감으로는 상당 부분이 포장도로라 용문사 쪽에서 오르는 코스보다 부담은 덜했다.
그렇다고 슬리퍼 신고 산책할 길은 아니다.
용문산 정상은 가섭봉이고 해발 1,157m다.
거의 1,200m에 가까운 산이다.
‘정상 1.57km’ 이정표가 나와도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장군봉과 정상 가섭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사진에도 보이는 이정표에는 정상(가섭봉) 1.57km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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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나온 용문산 이정표 |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 용문산 정상까지의1.57km는 주차한 곳부터 정상까지의 거리가 아니다.
이정표가 있는 지점부터 정상까지다.
‘1.57km밖에 안 돼?’
하고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풀면 안 된다.
그 전에 이미 3km 정도를 걸어왔다.
이곳에서 포장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간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넓은 등산로는 아니다.
길이 좁고 풀들이 가까이까지 자라 있다.
한여름이나 초가을에는 반바지보다 긴바지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사시설 주변에서는 현장 촬영 제한 안내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레이더 시설 쪽은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맞다.
산보다 카메라가 먼저 철들 필요가 있는 구간이다.
첫 번째 전망대, 여기서 롯데타워와 북한산이 보였다
한동안 걷다 보면 전망 데크가 나온다.
여기서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곳에서 충분히 쉬었다.
그리고 그날의 용문산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는지도 이 전망대에서 알게 됐다.
하늘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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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남한강이 보인다. |
구름은 높고, 산 능선은 끝없이 겹쳐졌다.
저 멀리 잠실 방향을 보니 롯데월드타워가 보였다.
높은 건물 하나가 뾰족하게 올라와 있어 멀리서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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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명하게 보이는 잠실과 롯데타워 |
그러다 더 먼 곳의 산을 바라봤다.
익숙한 밝은 바위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백운대와 인수봉이었다.
북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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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능선과 백운대, 인수봉 |
북한산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능선이 눈에 익어 있었다.
사실 북한산은 한강공원에서도 보이고, 강남에서도 보이고,
서울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우리가 평소 잘 쳐다보지 않을 뿐이다.
한 번 능선을 익히면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알아볼 수 있다.
그날 용문산에서도 그랬다.
비봉능선 쪽에서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이어지는 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 도봉산 쪽까지 눈길이 갔다.
괜히 반가웠다.
친구에게 말했다.
“저기 북한산이야.”
친구가 물었다.
“저게 북한산이라고?”
“응. 다음에는 저기도 같이 가자.”
멀리 떨어진 산에서 평소 다니던 산을 만나는 기분은 좀 묘했다.
내가 저 산 안에서 그렇게 많이 걸어 다녔구나.
그리고 다른 생각도 들었다.
북한산에서 용문산을 바라보면 나도 이 산을 알아볼 수 있을까.
다음에 북한산에 가면 할 일이 하나 생겼다.
멀리 보러 온 산에서 금강초롱꽃 앞에 허리를 굽혔다
전망대를 지나면 다시 조용한 산길이다.
조망이 계속 터지는 길은 아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돌길도 지나고 숲길도 걷는다.
그러다 보라색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꼭 작은 초롱을 거꾸로 매달아놓은 것 같았다.
금강초롱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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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초롱꽃 |
한 번 눈에 들어오니 주변에도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나는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낮췄다.
꽃과 눈높이를 맞춰보고 싶었다.
밑에서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들여다봤다.
작은 꽃 하나를 보려고 1,000m 가까이 올라와 허리를 숙이고 있으니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산에서는 가끔 이런 순간이 좋다.
멀리 있는 산을 보기 위해 올라왔는데, 정작 발밑의 작은 꽃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당 있는 집에 산다면 이런 꽃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정상 직전 급경사 계단이 보이면 거의 다 왔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꽤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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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직전 급경사 계단 |
이 계단을 만나면 반갑다.
힘들어서 반가운 게 아니라,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싶어서 반갑다.
전망대에서 이 계단까지 오는 산길은 크게 험한 편은 아니었다.
너덜바위 구간도 있고 숲길도 있다.
계속 전망이 열리는 길은 아니지만 대신 조용하다.
금강초롱꽃도 보고, 돌길도 보고, 나무 사이로 난 길을 천천히 걷는 맛이 있다.
중간중간 이정표도 잘 보이는 편이었다.
정상 바로 아래, 내가 다시 간다면 꼭 쉬고 싶은 자리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철망이 보인다.
정상 방향 안내가 나오는 곳에서 현장 허용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옆으로 가면, 내가 친구와 쉬었던 바위 구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첫 번째 전망대와 방향이 다르다.
남한강 쪽 풍경이 보이고 산과 마을이 아주 멀리까지 이어졌다.
날이 워낙 맑아서 어디까지 보이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저 멀리는 백두대간 쪽일까?
이 정도 날씨면 더 멀리 있는 산도 보이는 것 아닐까?
정확한 산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용문장에서 사온 먹을 것을 꺼냈다.
호박식혜.
수수부꾸미.
배추전.
찰옥수수.
꽁꽁 얼었던 호박식혜는 산 위에서 알맞게 녹아 있었다.
이것을 위해 아침부터 장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친구와 먹으면서 계속 말했다.
“야, 오늘 진짜 잘 왔다.”
날씨도 좋고.
구름도 좋고.
바람도 좋았다.
바람이 세게 불었을 때는 두 팔을 펼쳐 바람을 맞았다.
시원했다.
그런데 단순히 온도가 낮아서 시원한 것이 아니었다.
높은 곳까지 올라온 뒤 탁 트인 산을 바라보며 맞는 바람에는 묘한 자유로움이 있다.
그 맛 때문에 또 높은 산에 가는지도 모르겠다.
용문산 가섭봉 정상 1,157m
조금 더 올라가면 용문산 정상 가섭봉이다.
해발 1,157m.
용문산 하면 유명한 은행나무가 떠오르는데 정상에도 은행잎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1,157m면 서울 근교에서 제법 높은 산이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서면 낮은 산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고산의 정취가 있다.
그날처럼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올라간다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산길 반사경에서는 사진 한 장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왔다.
포장도로로 돌아오면 조금 단조로워질 수 있는데 중간중간 반사경이 있다.
반사경을 이용해 사진도 찍었다.
정상석 앞에서 반듯하게 찍은 사진만 여행사진은 아니다.
산길 거울 안에 찌그러져 들어간 사진도 나중에 보면 재미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람은 작은 것에서도 재미를 찾는다.
그게 하산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용문산 최단코스의 마지막은 계곡이었다
차를 세운 곳 가까이 돌아왔는데 바로 끝내기가 아쉬웠다.
근처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갔다.
9월 5일.
아직 늦여름의 기운이 있었지만 계곡물은 차가웠다.
“아, 발 시려.”
첫마디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등산하면서 쌓였던 발의 피로가 차가운 물에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햇빛은 나무 사이로 들어와 물 위에서 반짝였다.
우리 둘밖에 없었다.
여름 계곡도 좋지만 늦여름의 조용한 계곡도 좋았다.
그래도 이날 가장 좋았던 순간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정상 가까이에서 바라본 풍경을 고른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니까.
하지만 계곡에서 발을 담근 시간은 다른 종류의 좋음이었다.
보통 산은 정상까지 보여주고 사람을 집으로 보낸다.
이날 용문산은 하나를 더 줬다.
“수고했으니 여기서 발이라도 담그고 가.”
산이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보너스 같았다.
용문산 최단코스, 직접 걸어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산행일 | 2026년 9월 5일 |
| 정상 | 용문산 가섭봉 1,157m |
| 내비 검색 | 용천스카이밸리 |
| 이동거리 | 9.44km — 개인 운동기록 |
| 총 소요시간 | 약 4시간 — 휴식 포함 개인 기록 |
| 코스 특징 | 포장도로 비중이 높고 이후 좁은 숲길·돌길·정상 직전 급경사 계단 |
| 난이도 체감 | 용문사 출발 코스보다 부담이 적었지만 1,100m급 산행이므로 기본 등산 준비 필요 |
| 추천 복장 | 등산화, 긴바지, 물 |
| 대중교통 | 이 글의 출발점은 자가용 기준 |
| 촬영 주의 | 군사시설 주변은 현장 촬영 제한 안내 준수 |
| 하산 후 | 주차 지점 인근 계곡은 방문 당시 이용했으나 수량·통행 조건은 현장 확인 필요 |
그리고 용문 5일장은 현재 공식 안내상 5·10·15·20·25·30일에 열린다.
장 위치는 용문역 일대이고, 하계는 오전 8시 30분부터 운영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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