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여행, 꽃게만 있는 섬이 아니었다|평화공원에서 조기역사관까지
재작년에 한 번 다녀온 연평도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연평여행사 김현철 본부장님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분인데, 꽃게철이 됐다며 아는 분 몇 명과 함께 꽃게 먹으러 오라고 했다.
재작년에 갔을 때도 꽃게를 정말 실컷 먹었다.
구경할 곳도 생각보다 많았고 재미있게 다녀온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초대가 반가웠다.
연평도에 가면 제일 먼저 꽃게가 떠오른다.
그런데 막상 섬을 돌아다녀 보면 꽃게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바다는 아름답고 먹을 것은 넘쳐나는데,
그 아름다운 풍경 곳곳에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의 기억이 함께 남아 있다.
이번에도 그 두 얼굴을 모두 보고 왔다.
※ 이번 연평도 여행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연평여행사 김현철 본부장님의 초대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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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로 유명한 연평도. 이번에는 섬 곳곳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
인천에서 연평도까지, 두 시간의 뱃길
아침 일찍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7시 10분쯤이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배에 올랐다.
내가 탄 쾌속선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좌석도 편안했다. 다행히 이날은 날씨까지 좋았다.
바다가 잔잔했다.
이런 날 배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다.
잘 잤다.
섬 여행의 첫 일정부터 숙면이라니 여행작가답지는 않지만,
연평도까지 가는 두 시간 동안 체력을 비축했다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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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잔잔했던 날. 편안한 좌석에 앉았다가 연평도에 도착할 때까지 푹 잤다. |
연평도는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섬이다.
현재 운항시간과 선박은 날짜와 물때, 기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 선사 운항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공개된 연평도 교통 안내도 인천~연평도 항로를 약 2시간 안팎으로 안내하고 있다. Iisland
꽃게철 연평도는 관광객보다 생업이 먼저다
연평도에 도착해 노란색 밴에 올라탔다.
섬을 여행하면서 재미있게 본 것이 하나 있다.
관광지에 도착하면 모두 차에서 내린다.
그런데 차 문을 그냥 열어놓는다.
평화공원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열려 있고, 다른 장소에 내려도 또 그대로다.
처음엔 좀 신기했다.
“문을 안 닫아도 되나?”
그런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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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을 열어둔 채 모두 내려갔다. 연평도를 여행하며 오래 기억에 남은 소소한 풍경이다. |
연평도에, 특히 꽃게철에 가보면 주민들이 관광객에게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무뚝뚝해서가 아니다.
너무 바쁘다.
꽃게를 잡고, 옮기고, 선별하고,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한다.
연평도는 꽃게를 비롯해 수산물이 풍부한 섬이다.
공식 섬 정보에도 연평도의 주요 특산물로 꽃게가 소개돼 있다. Iisland
내가 느끼기에 이곳은 관광객 지갑을 향해 섬 전체가 달려드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숙소도 있고 식당도 있고 여행사도 있지만, 누군가 계속 뭔가를 팔려고 따라붙는 섬은 아니다.
그냥 편하게 돌아다니게 된다.
내가 연평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평화공원에서 만난 연평도의 다른 얼굴
첫 번째로 간 곳은 연평도 평화공원이었다.
이곳에 서면 연평도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1999년 제1연평해전과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전이 있었다.
평화공원에는 그 과정에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식 관광안내 역시 연평도 평화공원을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소개한다. Discover Incheon, 인천투어(itour)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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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앞바다를 지켰던 이들을 기억하는 평화공원 |
공원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용치’였다.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평화공원의 추모 조형물은 용치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접경 지역을 다니다 보면 해안이나 군사시설 주변에서 비슷한 구조물을 만날 때가 있다.
평화 공원의 용치는 그런 군사적 이미지를 추모의 공간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장병들의 얼굴과 이름을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줄었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풍경은 또 전혀 다르다.
날씨가 워낙 맑아서 바다와 섬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북녘 쪽 바다와 육지 방향도 시야에 들어왔다.
풍경은 평화로운데, 그 바다가 품고 있는 역사를 생각하면 마음은 조금 달라진다.
전망대에서는 가래칠기해변이 내려다보였다
평화공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이 확 트였다.
아래쪽으로 가래칠기해변이 보였다.
오후에 직접 내려갈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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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래칠기해변과 연평도 바다 |
위에서 바라본 해안선은 참 멋있었다.
조금 전까지 추모공원에서 연평도의 아픈 역사를 보고 있었는데,
몇 걸음 옮겼을 뿐이지만 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연평도 여행에서는 이런 순간이 자주 생긴다.
조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조기 역사관
조금 더 이동하면 조기 역사관이 나온다.
요즘 연평도를 대표하는 수산물은 단연 꽃게지만, 예전 연평도는 조기로 이름난 섬이었다.
조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전국의 배들이 연평바다로 몰려들 만큼
큰 조기 파시가 형성됐다.
조기역사관은 그 시절 연평도의 조기잡이와 파시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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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꽃게가 먼저 떠오르지만 한때 연평도의 바다는 조기로 들끓었다 |
그리고 여기서는 2층을 꼭 올라가 보길 권하고 싶다.
내게는 1층 전시보다 2층 전망이 더 오래 남았다.
망원경도 있고 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졌다.
사진도 잘 나왔다.
공식 관광자료에서도 조기역사관 1층은 전시관,
2층은 전망대로 소개하며 북쪽 방향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전시관에 들어갔다가 전망대에서 한참 머물게 되는 곳이었다.
산 아래로 150m, 군터널에 들어가다
조기역사관 옆으로 조금 내려가면 군터널이 있다.
처음에는 입구만 보고 짧은 방공호 정도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계단과 통로를 따라 제법 한참 내려갔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 군터널은 연평 해병부대가 사용하던
폭 약 2m, 길이 약 150m의 인공터널로, 작전이 없는 때 관광객에게 공개되는 곳이다. 코리아.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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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역사관 옆에서 산 아래로 이어지는 군터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 |
터널 벽을 따라 서해5도와 연평도의 모습을 소개하는 사진들도 볼 수 있었다.
끝까지 내려가면 포가 설치된 진지가 나온다.
직접 발사할 수야 없지만 손잡이를 돌려보면 포가 움직인다.
평소 이런 시설을 가까이에서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포진지 앞으로 나가자 다시 바다가 펼쳐졌다.
조금 전 전망대에서 바라봤던 가래칠기해변과 바다를 이번에는 군 진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연평도다운 풍경이었다.
45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 연평도 등대
돌아오는 길에는 연평도 등대도 들렀다.
이 등대는 조기 파시가 한창이던 시절 조업선들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1960년 처음 불을 밝혔다.
그러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1974년 소등됐고,
오랜 시간이 지난 2019년에 다시 점등됐다.
현재는 연평바다 남쪽 방향으로 항로표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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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잡이 배의 길을 밝혔던 등대에도 연평도의 굴곡진 시간이 남아 있었다 |
현장에서 보니 북쪽으로 빛이 새지 않도록 한 구조도 눈에 들어왔다.
등대 하나를 보는 데도 연평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남북의 역사가 따라온다.
점심은 소라짜글이와 김국
이제 밥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보물섬이라는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기억에 남은 음식은 소라짜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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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에서는 밥상이 나오면 메인 음식만 바라보기 어렵다. 주변 반찬에도 바다가 한 상 올라온다. |
소라짜글이도 맛있었지만 밑반찬에 해산물이 여러 가지 나왔다.
그리고 물김으로 끓인 김국.
이것도 참 맛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섬에 왔구나’ 싶은 밥상이었다.
연평도에 오면 내가 늘 느끼는 게 있다.
여기는 먹을 것이 참 풍부하다.
비싼 관광지 음식 한 그릇을 겨우 먹고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바다가 바로 뒤에 붙어 있는 동네에서 밥을 먹는 느낌이다.
아직 하루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연평도 여행의 진짜 꽃게 이야기는 오후부터 시작됐다.
가래칠기해변으로 내려갔고, 직접 꽃게를 그물에서 떼어냈다.
밤에는 바다에 들어가 게까지 잡았다.
그런데 그 게가 그렇게 사나운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한다.
나루 ON THE ROAD
길 위에서 만나고, 머물고, 기억합니다.
1편 실용정보
현재 공식·공개 관광자료를 2026년 9월 28일 다시 확인했습니다.
- 연평도 가는 곳: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천 중구 연안부두로 70
- 대연평도까지: 쾌속선 기준 약 2시간 안팎. 배편·출항시각은 물때와 기상 등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출발 전 선사 확인 필요. 연평바다살리기영어조합법인
- 평화공원: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연평해전 희생 장병을 기리는 공원. Discover Incheon, 인천투어(itour) 메인
- 조기역사관: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로682번길 83. 1층 전시, 2층 전망대. 바다온
- 군터널: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로682번길 62. 군 작전 등에 따라 관람 여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확인 권장. 웰로
- 등대공원: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산10-181. 무료로 안내되고 있다. Discover Incheon, 인천투어(itour)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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