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모곡 차박, 텐트 창밖으로 홍천강이 흐르는 하룻밤

 홍천 모곡에는 내가 좋아하는 차박 자리가 있다.

모곡초등학교 부근, 홍천강을 바로 앞에 두고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강변이다. 

홍천강을 따라 차박할 만한 곳이 여럿 있지만, 나는 이쪽으로 자꾸 발길이 간다.

강을 바라보다가, 불을 피우고, 이것저것 구워 먹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을 만난다.

내가 여기서 좋아하는 일은 대체로 이 정도다. 그런데 이 정도면 하루가 꽤 괜찮다.

파란 하늘 아래 홍천 모곡의 홍천강 옆에 세운 세미 캠핑카

홍천강을 바로 앞에 두고 머무는 자리. 내가 좋아하는 모곡의 풍경이다.


차는 늘 떠날 준비가 돼 있다

내 차는 세미 캠핑카다. 

지붕을 올리면 팝업 텐트가 펼쳐지고, 옆으로는 어닝을 칠 수 있다. 

캠핑용품도 차 안에 넣어두고 다녀서 떠날 때마다 짐을 처음부터 챙길 필요는 없다.

차는 늘 준비가 돼 있다. 주인이 시간을 못 낼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가에서 하룻밤 자고 싶을 때면 이 차가 참 고맙다. 

평소에는 타고 다니는 차인데,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추면 잠자리가 되고 그늘이 된다.

이번에도 모곡의 홍천강 옆에 자리를 잡았다.

어닝을 펼치고 강을 바라본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다.


텐트 창문 밖에 강이 있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강과 가깝다는 데 있다.

강을 보러 따로 걸어 나갈 필요가 없다. 

차 바로 앞에 강이 있고, 팝업 텐트 안에서도 창문 너머로 강물이 보인다. 

텐트 안에서 찍은 사진에도 그 풍경이 그대로 담겼다.

텐트 안에서 보는 강변의 풍경

차박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변의 정취


차박하면서 잠자리도 중요하지만, 눈을 떴을 때 무엇이 보이느냐도 꽤 중요하다. 

내게는 창밖으로 강이 보이는 이 자리가 그렇다. 

한 번 마음에 들고 나니 다른 데를 다녀와도 종종 생각난다.

내가 다녀본 모곡 강변은 평일에 특히 호젓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좀 있지만, 평일에는 한결 느긋하게 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을 보고 앉아 있다고 특별히 무슨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강을 본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엉켜 있던 생각도 조금씩 정리가 된다.

그 맛에 물멍을 하나 보다.


저녁에는 불을 피우고, 맛살도 굽는다

강가에서 보내는 저녁에는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웠다. 

한동안 불이 타는 모습을 바라보고, 숯불에는 가져온 먹거리를 올렸다. 

고기도 굽고, 소시지도 굽고, 생선도 구워 먹었다.

야외에서 숯불에 구워 먹으면 같은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강을 앞에 두고 먹으니 더 그렇다. 

집에서는 식사를 마치면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여기서는 먹고 나서도 불 앞에 그대로 앉아 있게 된다.

모곡 차박 중 장작불을 피운 화로대와 앞쪽 숯불

강을 보던 자리에서 이번에는 불을 본다.


그런데 이날 구워 먹은 것 가운데 꼭 얘기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맛살이다.

맛살을 은은한 숯불에 올려놓고 천천히, 오래 구워 먹으면 참 맛있다. 

고기도 있고 생선도 있는데 무슨 맛살 이야기냐 싶겠지만, 한번 먹어보면 안다. 

나도 이렇게 구워 먹는 맛살을 꽤 좋아한다.

사진에도 맛살을 따로 남겨놨다. 

고기까지 구워놓고 여행기에 맛살 자랑을 하게 될 줄이야.

화로대 앞에서 은은한 숯불에 굽고 있는 맛살

은은한 숯불에 천천히 굽는 맛살. 강가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먹다가 불을 보고, 불을 보다가 또 한 점 먹는다. 

어디 가서 뭘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렇게 저녁을 보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침 물안개

물멍도 좋고 불멍도 좋지만,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이다.

자고 일어나 강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여기서 하룻밤 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물안개가 피어난 홍천강 앞에 세운 흰색 세미 캠핑카

하룻밤 머물고 만난 아침. 강가의 차 뒤로 물안개가 피었다.


강 건너 산이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고, 물가 가까이에도 옅은 안개가 깔려 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풍경이 안개에 묻히기도 하고, 그 사이로 산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자꾸 강 쪽을 보게 된다.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는데도 안개가 있는 곳과 걷힌 곳의 모습이 다르다.


물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홍천강과 강변의 풀

모곡 홍천강의 물가와 강 건너 산을 감싼 아침 물안개

아침 물안개가 강과 산 사이를 채웠다. 모곡에서 내가 가장 기다리는 풍경이다.


이럴 때는 경치가 좋다는 말밖에 잘 안 나온다. 

정말 환상적이다. 몇 번을 봐도 좋고, 보고 돌아오면 또 생각난다.

물론 물안개를 매번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아침에 이런 풍경을 만나면 더 반갑다.


홍천강과 산허리에 피어오른 물안개와 푸른 하늘

강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이었다.


잘 먹고, 잘 쉬고 돌아오는 곳

모곡에 와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강 옆에 차를 세우고, 물멍을 하고, 불을 피워 맛있는 걸 구워 먹는다. 

차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아침 강을 바라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도 한결 편해진다. 

자연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고 온다는 말이 이런 때 잘 어울린다.

내가 모곡을 좋아하는 이유다.

다음에도 이 강가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 

아침에 물안개까지 피어주면 더 좋겠고.

맛살은 잊지 말고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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